얼마 전 미네르바의 추천으로도 유명한 드라마 콘돌(하게타카)을 봤다. 하게타카는 하늘에서 배회하다가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먹이로 배를 채우는 습성을 가진 독수리를 빗대어 붙여진 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벌쳐펀트라고 불린다. 이 드라마는 금융위기를 맞은 일본을 배경으로 파산직전의 기업을 싼 값에 인수하여 재매각하는 외자 펀드이자 기업사냥꾼인 하게타카를 그리고 있다. 이 하게타카도 쇼크독트린에 나오는 재난 자본주의의 한 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쇼크독트린’은 재난을 조장해 경제적, 정신적 충격을 주고 얼떨떨해진 국가와 국민들에게 시장위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발서다. 다시 말해, 일부 하게타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다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례들에 대한 고발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를 한마디로 ‘쇼크 독트린’으로 규정한다.
‘시민운동의 바이블’로 불리는 <노 로고>의 저자인 나오미 클라인은 ‘쇼크독트린’을 통해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소수가 세계 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어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분석한다.
예를 들면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도 선진국과 IMF의 합작품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 진출하려던 서구 자본이 아시아와 한국에서 돈을 빼내 외환위기를 일으켰고, 한국은 언제 나라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IMF의 지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한다. 이를 심문 기법으로 비유했는데 정신질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주면 환자들은 명확한 사고를 하기 힘들어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되는 것과 흡사하다.
사실 나는 하게타카를 봤을 때 놀라거나 심각한 걱정에 휩싸이지는 않았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성격 때문인지 기업사냥꾼이기는 하지만 개혁이 필요한 기업을 회생시켜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쇼크독트린을 통해 본 세계화와 개혁, 복구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시장 만능주의의 모순에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걱정은 단순히 경제위축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비경제적이어야 하는 부분-교육, 의료에 대한 권리까지 시장 만능 주의에 박탈당해 비인간화의 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 된다.
끝으로 최근 전 세계가 실업률과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율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장및빛 환영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