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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살림지식총서 097)
변광배 지음 | 2004년 6월 1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4,800 원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241-3-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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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생각
사르트르의 시선과 타자론을 중점적으로 소개한 책. 나와 타자, 시선과 신체, 문학으로 보는 타자론이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보여준다.
너무 쉽게 잊혀진 사르트르의 타자론
존재의 세 영역 : 나, 사물 그리고 타자
시선 : 타자는 나를 바라보는 자이다
갈등 : 나와 타자와의 근본적 관계
타자의 두 가지 존재론적 지위
나와 타자의 구체적 관계들(I)
나와 타자의 구체적 관계들(II)
유희와 희극
하나의 가능성
프랑스 대혁명 이후 다시 한번 프랑스를, 그리고 전 세계의 정치, 문화 그리고 사상의 큰 흐름을 바꾼 ‘68운동’의 한 가운데에 사르트르가 자리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들뢰즈, 푸코, 라캉 등 불세출의 사상가들이 아주 최근까지 조국 프랑스와 서유럽의 지성사를 이끌어왔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사르트르의 그림자를 여전히 지워내지 못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들뢰즈 또한 학창 시절 사르트르가 자신의 진정한 ‘스승’이었다고 술회하고 있으며, 사르트르를 능가할 우리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자’는 현대 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근대를 ‘자아’의 시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현대, 즉 탈근대는 ‘자아’의 소멸 혹은 자아의 허구성을 발견함으로써 오히려 ‘타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사르트르에게 있어 타자이론은 그 중심에 해당한다.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으로 인해 우리에게 사르트르는 그리고 사르트르의 타자이론은 잊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로 대변되는 실존주의를 장렬히 전사시키고 새롭게 부상했던 구조주의자들이나 그 이후의 포스트구조주의자들, 그리고 레비나스와 같은 현상학자들의 타자이론의 많은 부분이 사르트르의 타자이론에 빚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ꡔ장 폴 사르트르: 시선과 타자ꡕ는 우리가 다시 한번 그의 타자이론을 주목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의 이론이 유효함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의 타자이론을 문학작품과 연계해가며 찬찬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는 굳이 철학적 용어인 ‘타자’라는 무거운 용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로부터 타자이론으로 친숙하게 인도하고 있다.
무언가 부끄러운 일을 하고 난 후에 주위를 두리번거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타인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사르트르는 자기 스스로 느끼는 ‘수치심’이 사실은 나를 객체화한 결과, 즉 나를 타자의 눈으로 바라본 결과라고 말한다. 이처럼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즉 ‘시선’을 통해 사르트르는 타자를 설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타자는 나와 ‘갈등’ 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고, 결국 타인은 내게 있어 ‘지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타인의 그 시선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기에 그 점에서 타인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된다.
저자는 사르트르의 이처럼 이중적인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여러 구체적인 관계를 통해 더욱 명확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중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접근은 상당히 흥미롭다.
“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의 사랑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녀는 주체성과 자유의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마음, 곧 그녀의 주체성과 자유를 차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그녀가 나의 사랑에 응해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온다면 그녀는 자신의 자유와 주체성을 포기하면서 스스로 객체성의 상태로 떨어진다. 이처럼 나는 그녀를 사랑하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그녀의 주체성과 자유를 그 어느 때라도 차지할 수가 없는 모순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랑은 이미 실패를 그 안에 품고 있는 관계로 이해되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타자론은 그의 전체 철학 사유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이론은 또한 해체주의, 후기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영향과 레비나스(E. Levinas), 라캉(J. Lacan), 들뢰즈 등의 사상을 통해 최근 국내에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 타자 문제에 있어서 󰡔존재와 무󰡕 이후에 등장한 타자에 관한 여러 이론을 그 아류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놀랄 만한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_p.4

그런데 이와 같은 언어는 그 구조상 내가 타자의 시선에 의해 바라보여질 때 내가 체험하는 여러 가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언어의 주체인 나는 자유이자 초월의 상태에 있다. 이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타자에게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우리는 타자가 자신의 시선을 폭발시켜 나를 바라볼 때 나는 그의 시선에 의해 그려지는 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_p.55

그러나 나를 바라봄으로써 나에게서 주체성을 앗아가면서 나에게 객체성을 부여하는 타자는 위와는 정반대되는 또 다른 존재론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 지위가 바로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해주는 필수불가결한 매개자로서의 타자의 지위이다. 타자가 나를 바라봄으로써 나를 객체화시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방금 지적했듯이 나에게서 주체성을 앗아감으로써 나를 객체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때의 타자는 나의 시선의 투쟁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타자는 자신의 시선을 통해 나를 객체화시키고 즉자화시킴으로써 나에게 나의 존재 근거를 마련해준다. _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