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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설 1-제주형성,제주장사 전설 편 (살림지식총서 537)
이석범 지음 | 2016년 4월 30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76 쪽
가격 : 4,800 원
책크기 : 120x190
ISBN : 978-89-522-3369-1-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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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주의 천하장사, 역사적 인물에는 누가 있었을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진한 감동을
우리의 이웃, 도깨비ㆍ호랑이ㆍ여우를 통해 들어본다!
‘신화’는 신들이 등장하는 세상의 근원적 질서에 대한 이야기, ‘전설’은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며 사실을 뛰어넘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민담’은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특이한 체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펴내는 ‘제주 전설’(전 5권)의 특징은, 우선 기존 민속학자나 작가에 의해 편찬된 제주도 전설 편편들을 총망라·집성했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그간 채록은 되었으나 현대어로 옮겨지지 않은 것들을 다수 포함하여 기존의 것들과 차별을 두었다.
또한 전설 분류에서 ‘제주장사 전설’ 항목을 따로 설정하여 제주민들의 소망과 한계의식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탐라국’의 계보를 ‘천지왕→설문대할망→삼신인’으로 연결하여 서사의 맥을 하나로 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화는 이 책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그동안 서로 관계가 없거나 모순 관계였던 제주 신화의 ‘천지왕’과 제주 전설의 ‘설문대할망’, 그리고 제주 역사의 고(高)․양(梁)․부(夫) ‘3성씨(三姓氏)’를 한 줄로 연결한 이 계보는 신화와 전설 등을 통괄하여 ‘탐라의 대서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주 전설 1』에는 제주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3편), 제주의 이름난 장사에는 누가 있었는지(30편)에 대해 묶어놓았다. 제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제주에서 큰 인물이 나기를 기다려왔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섬이어서 임금의 덕이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탐관오리들의 등쌀이 심해 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립국이었던 옛 ‘탐라’의 기억을 되살리며, 엄청난 힘을 지닌 장수가 출현하여 자기들의 임금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수많은 ‘장사 전설’로 남긴 것이다.
들어가며·4

1 제주형성 전설
설문대할망·9|삼신인(三神人)과 탐라·20|고종달의 단맥·25

2 제주장사 전설
오 찰방·37|닥밭 정운디·49|새샘이와 정운디·55|심돌 부대각·61|다리 송천총과 심돌 부대각·66|홍리 고대각·69|평대 부대각·73|당팟당장 1·76|당팟당장 2·80|조천 힘센 김씨하르방과 부대각·87|장사 구운문·92|날개 돋은 장사 밀양 박씨·97|한연 한배임재·100|홍업선·108|장사 홍맹룡·111|최동이 장사·113|장사 고삭배·117|고씨 부자(父子) 장사·121|막산이·124|논하니·131|조망이·136|배 큰 정 서방·140|장수 무덤·150|시흥리 현씨 남매·153|심돌 강씨 할망·156|문 만호 며느리·158|태흥리 경김댁 며느리·161|신칩 며느리 홍 할망·163|장사 묏자리 정해준 백 정시·167|장사 나게 한 명당자리 용진굴·169
심돌(성산면 시흥리)에 ‘부대각’이라는 장사가 있었다. (……) 부대각은 육지 장사를 자주 다녔다. 미역을 싣고 가 팔고 쌀을 사오는 것이다. (……)
어느 해 강경(江景) 장판에서의 일이었다. 부대각은 어디 가도 그랬지만, 강경 장판에서도 좀 거만하게 설치고 다녔다. 힘이 세니 무서운 데가 없어 그럴 법도 한 일이다. 강경 사람들은 저게 누구인가 하다가 제주 사람임을 알았다.
“제주섬놈이 거만하다!”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는 이놈을 단단히 골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20여 명이 꽁무니마다 방망이를 차고 부대각이 머무는 주막에 몰려들었다. (……)
“나를 때려죽이고 싶거든 저 바깥으로 끄집어 내서 죽여라. 집 안에서 죽이면 주인에게 폐가 되지 않느냐!”
부대각의 말에 청년 대여섯이 들어오더니, 양쪽으로 갈려서 부대각의 팔을 잡아끌었다. 부대각은 등을 벽에 딱 붙인 채 끄떡도 하지 않았다. (……)
이것을 보던 어른 한 사람이 청년들을 만류했다.
“너희들 대여섯이 벽에 붙인 등도 떼어내지 못하는데 만일 저 양반이 힘을 낸다면 너희들은 다 죽을 게 아니냐.”
청년들은 슬금슬금 물러서서 사과를 해왔다.
부대각은 사과를 받아들이고 덕분에 그 청년들을 시켜 미역을 수월히 팔고 쌀을 사 싣고 돌아오게 되었다.(『제주 전설 1』, pp.61~64)

제주시 외도동에 밀양 박씨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슬하에 일점혈육이 없어 나날이 탄식이었다. 자식을 얻으려고 여기저기 정성을 드리러 다녔는데 그 덕인지 마침내 부인이 포태를 했다. 집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열 달 만에 아이를 낳으니 아들이었다. 아이는 보통 아이보다 몸이 훨씬 컸다. 아이를 받아낸 삼승할망이 목욕을 시키다보니 아이 겨드랑이에 병아리 날개만 한 날개가 돋친 것을 발견했다. 삼승할망은 순간 놀랐으나, 말이 번지면 위험한 일이므로 모른 척하고 가버렸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날개도 날로 커가서 아이가 앉고 기고 할 때에 이르니 큰 새 날개만큼 되었다. 부모의 걱정도 날로 커져갔다. 날개 돋친 아이가 태어난 것을 관가에서 알면 역적으로 몰려 삼족을 멸할 게 분명하다. (……)
어느 날 아이는 어머니가 없는 틈에 혼자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를 본 어머니는 가만히 아이 뒤를 밟아 가보았다. 아이는 그 마을에 있는 ‘나라소’라는 큰 연못에 가서 날개를 벌리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갔다 날아왔다 하는 것이었다. (……)
그날 밤 아버지가 아이가 잠든 새 조심스레 옷을 벗겼다. 커다란 날개가 겨드랑이에 돋아나 이었다. 아버지는 얼른 인두를 달구어다가 아들의 날개를 지져버렸다.
그 후 아이는 다소 기운이 떨어지고 얌전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성장해감에 따라 힘이 장사요 머리가 남달리 총명하였다. 동네에서는 장차 나라를 바로잡을 일꾼이 될 거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날개를 지져버린 자국이 아물지 못하고 가끔씩 아프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약초들을 써보았지만 효험이 없었다. 아이는 결국 스물아홉 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날개 돋친 아이의 무덤은 지금 외도일동에 있다. 밀양 박씨 자손들은 벌초를 하러 갈 때마다 이 조상의 일을 이야기하며 아쉬워한다.(『제주 전설 1』, pp.9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