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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화 1 (살림지식총서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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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범 지음
| 2016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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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
| 쪽수 : 156 쪽 |
| 가격 : 9,800 원 |
| 책크기 : 120x190 |
| ISBN : 978-89-522-3367-7-040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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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다채로운 제주 10신 이야기.
신들의 고향, 제주의 비밀 봉인이 풀리다!
제주 신화를 통해 제주와 한국,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문명의 뿌리가 하나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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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신들이 등장하는 세상의 근원적 질서에 대한 이야기, ‘전설’은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며 사실을 뛰어넘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민담’은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특이한 체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두 권으로 펴내는 『제주 신화』는 한반도나 대륙의 상징인 강남천자국에 가서 구국의 영웅이 되고도 다시 제주도로 돌아온 영웅 궤네깃도의 얼굴에서 운명과 맞서는 또 다른 탐라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신화가 되살아나는 섬, 제주 하면 ‘탐라국의 문화적 독립’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도 신화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석범의 입담과의 의욕적인 작업을 통해 새 옷을 갈아입었으며, 현대의 독자들에게 경이로운 제주도 신화의 참맛을 비로소 선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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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3
등장하는 신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6
천지왕 8
삼승할망 22
꽃감관 할락궁이 47
전상차지 가믄장아기 73
자청비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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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네 눈을 원래대로 만들어줘야겠다.”
사라도령이 꽃 하나를 따 할락궁이의 눈가를 스치자, 뿌옇던 사물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사람을 죽여 멸망시키는 수레멜망악심꽃,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환생꽃, 앙천(仰天) 웃음이 터지게 하는 웃음웃을꽃, 뼈오를꽃, 살오를꽃, 오장육부만들꽃 등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그 꽃들을 따주었다. 때죽나무 회초리도 하나 만들어서 건넨 사라도령은 할락궁이한테 어서 바삐 이승으로 내려가서 어머니의 원수를 갚으라고 말했다.
“어떻게 원수를 갚으면 되겠습니까?”
“이제 내려가면 만년장자는 죽이자고 달려들 게 뻔하니, 그때 일가친족들 앞에다 웃음웃을꽃을 먼저 뿌려라. 한참 웃음이 터지거든 다음에 싸움싸울꽃을 뿌려 친족 간에 패싸움을 일으키고, 그다음에 수레멜망악심꽃을 뿌려 원수를 갚는 것이다. 그리고 만년장자의 셋째딸만은 죽이지 말고 어머니 묻힌 곳을 알아낸 다음, 환생꽃을 뿌려 어머니를 살려내거라.”(『제주 신화 1』, pp.69~70)
겁이 나 숨은 셋째딸을 찾아내자,
“날랑 살려줍서!”
애달프게 빈다.
“너는 살려줄 터이니, 어서 우리 어머니 죽여 던져버린 곳을 가리키라.”
셋째딸이 가리키는 대로 가보니 어머니 머리는 끊어 청대밭에 던져놓고, 잔등이는 끊어 흑대밭에 던져놓고, 무릎은 끊어 푸른 띠밭에 던져놓았다. 어머니는 없어지고 뼈들만 살그랑하니 남아 있는 것이었다. 할락궁이는 어머니의 뼈를 차례차례 모아놓고 절을 했다. 그러고는 환생꽃・뼈오를꽃・살오를꽃・오장육부만들꽃 들을 꺼내 가지런히 모아놓고 때죽나무 회초리를 세 번 쳤다. 잠시 후 어머니가 부스스 일어났다.
“아이고, 봄잠이라 오래도 잤구나.”
그간의 고초도 잊은 듯 어머니는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할락궁이는 곁에 서 있던 셋째딸한테 물었다.
“우리를 따라 저승으로 갈 테냐?”
“나는 이승에 남아 있으렵니다.”
비록 천애고아가 되었지만 셋째딸한테는 아무래도 이승이 좋을 듯싶은 것이었다.(『제주 신화 1』, pp.70~71)
서천꽃밭이 어디인가. 저승도 아니요 천상도 아닌 그곳은 인간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큰물을 건너면 나타난다고 했다. 군왕지지가 될 만큼 좋은 땅이며, 안개와도 같은 김이 항상 무럭무럭 솟고, 나비와 풍뎅이가 날아다니고, 함박만 한 꽃들이 수없이 피어 있다는 곳.
자청비는 이 꽃밭을 처음 만들었다는 삼승할망에게 기원했다.
“삼승할망, 부디 바른길로 이끌어주십서.”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가다보니 어느 마을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린아이 둘이서 새 한 마리를 놓고 이리 당겼다 저리 당겼다 다투고 있었다. (……)
“그 새로 뭐 할 것인데?”
“요 큰물 건너 서천꽃밭에 갔다 줘야지요. 요사이 웬 부엉새가 서천꽃밭에 날아들어 쑥밭으로 만들어놓고 있다지 뭐예요. 그래서 꽃감관 어른께서 부엉새 잡아다 주면 큰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자청비는 가슴이 뜨끔했다. 축사니의 모습으로 말꼬리에 매달려 오던 정수남이가 생생하게 떠오른 것이다. 한 맺힌 정수남이가 부엉새로 변하여 날아갔지만, 공교롭게도 서천꽃밭에 들어 동티를 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자청비는 아무튼 서천꽃밭에 가까이 왔음을 알았다. 게다가 그 서천꽃밭에 들어갈 핑곗거리도 찾아낸 셈이었다. (……)
“궉새야, 나를 서천꽃밭으로 안내해라.”
궉새는 날갯짓으로 꽃밭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자청비는 그 날갯짓을 따라 계속해서 말을 달렸다. 큰물을 지나고 안개 자욱한 곳에 이르렀다. 서천꽃밭에 당도한 것이다. 자청비는 궉새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제주 신화 1』, pp.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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